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2011.04.18 (17:19:35)

다리 꼬는 그녀들, 골반 건강도 꼬인다

국내에 거주하는 세계 각국의 미녀들을 초대, 외국 여성의 눈으로 한국 문화를 짚어보는 글로벌 토크쇼 '미녀들의 수다'. 카메라에 조금이라도 더 섹시하게 나오고 싶어서일까? 방송 중 그녀들은 하나같이 다리를 꼬고 앉아 있다. 방송 내내 꼰 다리 또 꼬고, 안 꼰 다리 골라 꼰다.

여성들의 꼰 다리가 섹시하게 보이는 이유는 치마를 입었을 때 하체 노출이 더 많이 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거기에는 'X'자의 미학이 숨어 있다. 다리를 꼬면 모양이 'X'자가 되는데, 'X'자는 강렬함과 혁신성을 내포하고 있다. 그래서 'X파일' 'X-Man' '렉서스(Lexus)' 등 첨단 영화나 상품 이름에 'X'자가 많이 나온다. 신약(新藥) 이름에도 '제니칼(Xenical)' '엑산타(Exanta)' 등 'X'가 흔한 것도 그런 이유다.

문제는 'X'자 자세가 골반과 척추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는 점이다. 일반적으로 의자에 앉는 것만으로도 서있을 때보다 허리와 골반에 50% 정도의 하중이 증가한다. 다리를 꼬고 앉으면 서있을 때의 2배 하중이 골반 한쪽으로 집중된다. 반대쪽 골반 근육들은 늘어나 당겨지게 된다. 이런 골반 불균형이 척추를 조금씩 휘게 한다. 그렇게 되면 척추 뼈 사이를 받치는 디스크가 한 쪽으로만 압력을 받으면서 튀어나올 수 있다. 이른바 '허리 디스크'이다. 디스크에는 직접 들어가는 혈관이 없어서 주변에서 스며들 듯 산소와 영양분이 공급되는데, 허리 한 쪽에 압력이 높으면 디스크에 영양공급이 떨어져 변성이 촉진된다. 이것으로 요통이 생길 수 있다.

골반 변형은 구두 굽 모양을 보면 알 수 있다. 구두 뒷굽 닳는 모양이 좌우가 심하게 차이가 난다면 골반이 틀어졌을 가능성이 크다. 또한 누운 상태에서 한쪽 다리를 구부려 발을 반대쪽 허벅지 위에 올려놓고 무릎을 바닥에 대본다. 무릎이 땅에 잘 닿지 않는 쪽 골반이 어긋난 것이다.

다리를 꼬고 앉는 것이 더 편하다는 경우도 골반이 이미 틀어졌다는 증거다. 이런 경우는 남성보다 여성이 더 많은데, 다리가 가늘어 꼬기 쉽고, 치마를 입을 경우 꼰 자세가 미관상 안전하다는 심리 등의 이유로 여성에서 'X'자세가 습관화 됐기 때문이다. 하지만 여성은 골반 근육과 관절, 척추 근육과 인대가 남성에 비해 연약해 골반 변형도 잘 오고, 이로 인한 척추 휨 현상이나 '허리 디스크'도 잘 생긴다. 실제로 병원에서 골반 변형으로 인한 '허리 환자'가 남성보다 여성에서 9~10배 많다. 다리를 교대로 꼬면 되지 않겠냐고 생각할 법한데, 꼬인 골반에서 일어나는 현상이 교대로 반복될 뿐이다. 다리를 꼬면 골반과 허리 건강도 꼬인다고 '미녀'들에게 말해주고 싶다.

1 골반 변형은 꼰 다리뿐 아니라 패션 모델처럼 골반을 한쪽으로 빼고 선 자세, 몸의 중심을 한쪽 다리에 두고 어정쩡하게 선 자세, 다리를 모아 옆으로 비스듬히 앉은 자세, 뒷주머니 한 쪽에 두툼한 지갑 넣고 앉은 자세 등에서도 생길 수 있다.

2 이유 없는 허리 통증이 생겼다면 병원을 찾아 골반 변형 유무를 확인해야 한다.

3 꼰 다리 풀고, 멘 가방을 반대 쪽으로 옮기고, 앉아 있는 자세 수시로 바꾸고, 넥타이·허리띠 느슨하게 풀고, 잠시 일손을 놓고 먼 산을 보는 것만으로도 몸은 편안해진다.

[ 조선일보 김철중 의학전문기자·의사]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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